제약영업의 현실 : 운전만 5시간?! 영업사원인지 호구사원인지?
이 게시판의 글은 두서없이 적을 예정이다. 마치 일기처럼
제약업계에서 영업한지 어느덧 8년차,
맡은 지역과 지역이 넓은 편이라 동선이 한번 잘못 꼬이면
운전을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딱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https://blog.kakaocdn.net/dn/V2PqN/btsL2oGbzot/OuFFXP0PKZ1HX7giMACwD0/tfile.jpg)
1. 차용해주느라 여기갔다 저기갔다..
탄핵 재판장에서 시간을 떼우는 윤석열 정권 덕에 매우 긴 9일이라는 설명절연휴를 앞둔 상황이다, 정작 회사는 쉬지만 병원은 진료를 보는 곳이 많다..
진료를 보지 않으면 병원이라는 사업장에선 당연히 손해가 크니.. 직원들 월급은 그대로 나가는데, 영업일은 줄고,
그래서 현장 분위기를 보니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27일도 진료하는 곳이 대부분이고, 소아과들은 대부분 설 당일만 쉬고 다 진료를 본다. 이외의 과들도 안쉬는 곳이 많지만,,
아무튼.. 그렇게 긴 연휴를 두고 지금은 한풀 꺾인 독감이지만, 약이 떨어지면 안되기 때문에. 그런데 중요한건 명절연휴에 물량도 많고, 긴 연휴 탓에 배송이 안된다는 점이다. 우리만해도 약 주문하면 도착이 10일 후에 된다..ㄷㄷ
우리집에서 제일 먼 지역으로 출근중인데,약 40km, 다급하게 주문전화가 왔는데, 지금도 약이 다 떨어져 간다며 구해줄수 없냐며 사정을한다.. 물론 매출이 적고, 오래 거래하지 않았다면 굳이? 싶지만,
매출도 크고, 오랫동안 거래한 거래처다. 대형처 중에 한 곳이다.
1) 일단 회사에 다급하게 출하가능한지 오늘 출하되면 내일도착이니, 회사에 요청을 했고.
2) 차용가능한 곳 문의, 내 거래처 -> 팀원-> 타 팀까지
내거래처에선 10개밖에 안된단다 본인들도 명절 장사를 앞두고 있으니,, 택도 없다 거래처에서 요청한건 2박스다..
팀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문의한다. 아무도 없다 하.. 멘붕이 오는 상황에 운전하며 톡하고 전화하고 하니 사고날 것 같아 갓길에 멈추고 타 팀에게 연락했다 다행히 1명 1박스, 다른 1명 한박스를 구했고 이제 거기로 출발하려 했다
그 순간,,
2. 급한 일은 한 번에 몰아친다
다른 대형처에서 전화가 왔다 나에게 매번 요청하던 물품이 있는데 다급히 가져다 줄수있냐고 한다. 하.. 우선순위가 차용이 먼저라 설지나고 요청할 까 싶은데 괜히 핀잔듣기 싫다 어차피 오늘만 버티면 9일 쉬는데, 해주겠다고 하자.
다행히 그 물품은 미리 집에 쌓아 보관해둔 상황이었다 (언제 요청할 지 몰라서)
짱구를 돌린다. 스스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 자, 그럼 동선을 생각해보자. 일단,
A) 집가서 물품수령
B) A병원 의약품 차용
C) B병원 의약품 차용
D) 첫 번째 대형처 의약품 차용해드림
E) 해당지역 직거래처 수금(마지막주는 항상 수금하는 주간..)
F) 해당지역 명절인사
G) 두 번째 대형처 요청한 물품 전달
이렇게 짜고, 출발을 했다 대충 계산기 때려보니 만만치 않은 운전시간과 거리가 될 것 같다. Pull myself together..
정신차리자
C단계까지 가니 벌써 1시가 넘었다. 점심시간이다. 다행히 그 지역(타팀) 담당자가 병원이 아니라 1층 까페에 맡겨두어 바로 받을 수 있었다 (센스 굿)
아침을 못 먹고 나왔더니 정말 배가고파 어지럽다. 오늘 갈 길이 바쁘니, 김밥집을 찾아본다 인근 김밥집에 픽업 예약해두고, 한줄만 급히 사서 손에 들고 출발한다.
3. 바쁜 날은 정말 무지하게 바쁜 것 같다.
한가한 날은 전화도 별로 안오는 때가 있다. 오늘은 왠 일인지 전화가 정말 몰아쳤다. 거래처. 팀원들. 팀장. 개인적인 전화까지 30통이 넘었다.
왼손엔 김밥, 오른손은 운전대, 입으론 말이 나오는지 김밥이 들어가는 건지 모르겠다. 귀는 전화기 너머의 상대방의 말을 듣고, 오른발은 악셀과 브레이크로 정신 없다. 운전하먼서 급한 톡도 보내야해서 정차시마다 오른손가락은 바쁘게 움직였다. 정말이지 몸의 모든 부분을 다 쥐어짜는 기분이었다
옷에 떨어지는 밥풀떼기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4. 한숨 돌렸다 싶지만..
거래처에 도착하고, 급한일을 해결하니 한숨이 놓였다. 자 이제 직거래처 수금 할 길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최적의 동선을 짠다. 까먹거나 헷갈리는 길이 없도록 메모장에 적고, 수금 아니더라도 직거래처 인사는 빼먹지 않았다.
(약간 나는 완벽주의자 스타일이여서, 계획대로 안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그래서 계획을 가서 누구를 만나고, 무슨 말을 할 지 대충인가 싶지만 나만 아는 방향으로 세부적으로 짠다)
5. 가끔 내가 택배기사인지 영업사원인지 모를 때가 있다.
"양손엔 가득히, 첫만남에 빈손은 안돼"라는 한국 문화 때문인지, 이런 나라에서 자라온 가스라이팅을 당한 나인지,
차는 항상 '만차'이다. 뒷좌석이 접히는 SUV인데, 연중 뒷좌석 시트를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렇게 판촉물을 주고, 주고, 주고, 휴대용 카트도 써가며 배달기사, 택배기사처럼 일했다
6. 그래도 사람 만나는 게 좋다.
8년차 짬밥, 약밥을 먹고나니, 사무실에 틀어박혀 9-6일하면 정말 찐으로 숨이 막힌다. 머리아프고, 소화도 안되고
영업하며 돌아다니며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데 물론 나랑 안맞는 사람도 있지만, 좋고 선한 분들, 진심인 분들도 간혹 있다. 그런 분을 만날때면 기대가 되고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는게 하루의 낙인 것같다. 물론 이렇게 새해인사, 명절인사를 들일때는 감회가 새로운 , 그런 센치주의 상황임을 감안하자
7. 깨끗해진 차 내부를 보며
매번 이 시기엔, 차가 꽉 차있다가 차가 텅 비어지는. 덩달아 깨끗해보이는 효과를 느낀다. 약간 변태처럼 그 부분에 희열을 느낀다. 오늘이 딱 그랬다
차 내부를 바쁘다보니 잘 치우진 못한다. 그래서 한 주의 마지막 금요일에 몰아서 치우는 편이다. 그리고 9일이나 쉬니, 차에서 가방을 들고왔다. 나는 차에 노트북 가방인 백팩, 일할때 들고다니는 브로셔 숄더백, 조금이나마 꾸미기 위한 작은 파우치 이렇게 3가지가 있는데, 집에 도착해서 한숨을 내쉬며 가방들을 주섬주섬 들었다. 차 내부에 빠뜨린건 없는지 살펴보며, 약간의 희열을 느꼈다
"아, 끝났다"
신입, 적어도 3년차까진 돈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고 이일을 죽도록 싫어했다.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탓에 내 직업이 제약영업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부끄러운 때가 있었다.
근데 짬을 먹어서 그런지, 어떤 뽕이 찼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이 일이 너무 좋다. 잘 맞는 팀원들을 만나서 그런가?
거지같은 일이 있어도 같이 욕하고, 그러면서 같이 웃고
한 곳에 답답하게 있는 게 아니라, 바람쐬고 드라이브하며 계속 돌고,
무엇보다 나 혼자서 돌아다니니 솔직히 자유 시간도 많다. 거기에서 오는 심적인 여유도 있다.
내가 혼자서 계획하고 중간중간에 변수나 실패도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뭔가를 해내면 뿌듯할 때가 있다
그게 "아 끝났다"라는 것과 비슷했다
운전을 5시간이나 해서 녹초가 되었지만, 저녁밥 먹을 힘도 없지만, 이런 멘탈 붕괴의 상황에서도 잘 해결한 것 같아 스스로에게 잘 해냈다 칭찬해준다.
그럼 9일동안 안녕~~~~🤣🤣🤣🤣
차용없고, 거래처 전화 없는
설 명절 연휴가 되길 간절히 빌어본다.🙏🙏